불길
흐트러져 있다. 어떤 생각을 하든지, 몸 속에서 연소시키지 못하고, 끝내 밖으로 불길을 뿜고 만다 특히 술이라도 마실라치면 그렇다. 좋은 마음이건 나쁜 마음이건, 담아두질 못하다. 그리고 대부분 불길이 되어 나오는 것은, 서로를 태우고 또 다른 불길이 되어 날름거리고 미친듯이 서로를 핥아댄다 살을 저미며, 뼈에 닿을 때까지 내게서 불길이 건너가면 가슴 속에서 소금을 헤아리는 사람들, 나도 그래왔을 것이다 내게로 온 발자국들을, 나는 하나하나 판화로 가슴 속에 걸어 두고 있다. 어두운 음각들 사이로 흐르는 피의 길, 탁해져 있을 것이다 전설 속의 불 뿜은 용은, 사실은 몸 속 전체가 불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차가운 비늘이 몸 속의 불길로 번쩍거리는, 이 땅에서 살기 위해서 몸을 스스로 태우는 법을 다시 ..
2007. 11. 11.
칼을 들어 밑줄을 긋다
도대체 내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일까 생각한다. 어쩌다 주경 야독이 되어버린 재수시절, 퇴근 후에 졸음을 참기 위 하여, 이런저런 방법을 생각하다가, 허벅지를 바늘로 콕콕 찔렀다 는 둥, 칼로 손을 찍었다는 둥 했다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각해 내고는, 가서 칼을 하나 사서 갈았다는 친구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차마 심하게 하지는 못하고, 칼을 들고는 팔목을 조금씩 그었다고했 다. 처음에는, 그냥 껍질만 벗겨져, 너무 싱겁다 싶어서, 조금 세게 눌러 그었더니, 짜릿한 아픔과 함께 몽글 몽글 핏방울이 배어올랐다 그러는 순간, 정신이 화들짝 들고 졸음이 달아나길래, 그다음부터는 졸음이 오기만 하면, 칼을 들고 팔을 그어댔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는 그것도 만성이 되어 버려, 그어도 효과가 없었고, 어느 날 짜증이 ..
2007.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