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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암사 일기 서른이 되던 해 여름에 썻던 쪼가리글 --------------------------------------- 그래 역시 춘천답다. 어느새 안개가 산 아래 골짜기를 가득 채웠다. 산책로가 없기 때문에 조그만 마당위를 그냥 하릴없이 맴 도는 걸음 이래도 사방을 산이 둘러싸고 있어서 마치 숲 속을 오래 걷고있는듯 한 느낌, 별들은 너무 가까워 투망이라도 던져 올리면 하나 가득 빛 나는 별무리를 담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새 울음 소리와 가끔 지 나가는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 그리고 고요 속을 나는 물 속처 럼 걸어 방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비록 산 속의 암자라 하더라도 여긴 티브이도 있고, 전화도 있다. 아직 절의 형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라서 내가 묵는 컨테 이너 방 한 구석에는 법당에 쓰일 자.. 2007. 11. 11.
새벽, 망해사 책장에 꽃힌 시집들을 보며 멍하니 앉았다가 그 중의 한 권을 꺼내 몇 편 훑어 보다가 말다가 한다. 무엇이 시인지 믿을 수 없다. 마치 이게 삶이야라고 물어보는 것처럼, 한편 한편 들마다 구성이 꽉 짜여 있는 듯하고 이미지들은 통일되어 있기도 하고, 어딘가 돌출되어 있는 듯하면서도 수렴되고 있으며 무언가 말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시야? 이렇게 쓴 걸 시라고 하는거야?라는 질문앞에서 여전히 그것들은 까마 득한 미지로 빨려들어가고 만다. 시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이자 메타질문을 하고 있는 셈이기도 한데, 그것은 삶에 대해서도 아까처럼 그렇다. 늘 메타질문앞에서 어디로도 걷지 못하고 서 있다. 물론 삶도 그렇다. 무엇을 삶이라고 하고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사실 이 주절주절은 내 시에 해당되고 있다.. 2007. 11. 11.
어떡해야 더 깊어질 수 있는가 나는 요즘 그것에 몰두하고 있는 중이다. 중심을 향해서 깊어진 길이 거대하고 긴 창 하나가 되기를 꿈꾼다. 대지 의 중심에 거대한 창이 박힌 모습 같은 것도 상상한다. 그러기 위해서정 신은 한층 더 날카로와지고 뾰족해져야 할 것이다. 다만 염려되는 것은 그것을 내 육체가 견딜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내 몸은 종잇장처럼 얇고하 늘거린다. 그렇다면 깊어지기 위하여 나는 조금씩 몸을 둥글게 말아가는 법을 익 혀야 할 것이다. 2007. 11. 11.
박찬일, 철제다리 평문 철제 다리 박찬일 응봉폭포에서부터 십이선녀탕 입구 매표소까지 7개 있다 계곡을 건너게 하고 있다 앞의 3개에는 가늘게 썰은 폐타이어가 깔려 있다 6번째 다리 옆에 7명의 山友가 잠들어 있다고 새겨져 있다: 1968년 ×월 ×일 김형태, 김신철, 김한종, 박승호, 민병주, 조나령, 한명숙 아직 아무나 죽어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명 숙, 이 죽어 있다. 조 나 령, 이 죽어 있다. 민 병 주, 가 죽어 있다. 박 승 호, 가 죽어 있다. 김 한 종, 이 죽어 있다. 김 신 철, 이 죽어 있다. 김 형 태, 가 죽어 있다. 아직 ‘누군가’가 죽은 것은 아니다 7개의 다리를 내가 세었고 3개의 폐타이어 다리를 내가 밟았고 6번째 다리에서 박찬일이 멈추었고 7개의 이름을 또박또박 읽었고 급류에 휩쓸려 가는 모습을.. 2007.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