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트러져 있다. 어떤 생각을 하든지,
몸 속에서 연소시키지 못하고,
끝내 밖으로 불길을 뿜고 만다
특히 술이라도 마실라치면 그렇다.
좋은 마음이건 나쁜 마음이건,
담아두질 못하다. 그리고 대부분
불길이 되어 나오는 것은,
서로를 태우고
또 다른 불길이 되어 날름거리고
미친듯이 서로를 핥아댄다
살을 저미며, 뼈에 닿을 때까지
내게서 불길이 건너가면
가슴 속에서 소금을 헤아리는 사람들,
나도 그래왔을 것이다 내게로 온
발자국들을, 나는 하나하나 판화로 가슴 속에
걸어 두고 있다. 어두운 음각들 사이로
흐르는 피의 길, 탁해져 있을 것이다
전설 속의 불 뿜은 용은, 사실은
몸 속 전체가 불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차가운 비늘이 몸 속의 불길로 번쩍거리는,
이 땅에서 살기 위해서
몸을 스스로 태우는 법을 다시 익혀야 한다
그것은 내가 본래 지니고 있던 것
아버지의 회초리와 어머니의 잔소리가
내게 꽃피워준 것, 겨드랑이에 불길을 숨기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