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15 윤회, 그 한 호흡지간 윤회, 그 한 호흡지간 살다보면 어느 시절에는 정말 특별한 공간이 있게 마련이다. 그게 어디든 간에 그곳은 어떤 시절을 이야기할 때 꼭 빼놓을 수 없는 중심이 되곤 한다. 그러나 나는 추억에 있어서는 공간만이 중요하지 그 공간에 함께 있었던 사람이나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리 정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던, 사람과 공간이 행복하게 기억 속에 존재해 있는 공간이 지금까지 내게는 몇 군데 있다. 그 중 하나가 윤회라는 전통찻집이다. 아니 몇 년 전부터는 막걸리며 전통주들도 팔고 있으니까 전통주점이라고 해야 옳겠다. 윤회의 지리적 위치를 생각하면 여자의 자궁이 먼저 떠오른다. 종합시장이라는 성남의 제 2 번화가, 온갖 주점들과 노래방과 게임방과 옷가게와 닭집과 단란주점과 룸싸롱이 열십자 거리에.. 2007. 11. 11. 톱밥같은 얼굴로 톱밥같은 쓸쓸한 얼굴로 이번 학기의 강의가 끝났다. 현대예술의 특징에서 한국 문학사를 거쳐서 시와 소설에 대한 원론적 이야기들, 시 읽기 및 발표, 인접 예술과의 관계탐색 이외 몇 가지 등등을 강의했다. 충분히 전달했는지, 효과적으로 수용되었는지에 관해서는 짐작이 불가능하지만, 어쨌든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이번 학기는 대부분 삼학년이나 사학년의 ‘청년들은 무언가를 각오한 듯 톱밥같이 쓸쓸한 얼굴’(기형도의 시 중 한구절이다)들이었다. 한 시절은 나도 그랬다. 어느 시기가 되면 사람들은 데드마스크 같은 얼굴로 잠시 살아가기도 하는 것이다. 어쨌든 강의의 대부분이 문학에 관한 이야기여서, 어떻게든 삶을 이야기하게 된다. 문학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사랑과 취업과 인생을 돌아와 결국은 ‘어떻게 살 것인가’ .. 2007. 11. 11. 농담 濃談? 弄談! 어떤 사람들은 항상 ‘차이’로서만 존재한다. 아니 스스로를 그렇게 합리화 시킨다. 물론 그것이 ‘열등’이나 ‘주변’과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타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다만 ‘차이’로서 ‘존재’했다는 데 있지, 한 번도 그 ‘차이’성을 설득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물론 반대로 그들 또한 한 번도 설득 당하지는 않았다고 말할 수는 있다. 설득당한다는 것은 ‘차이’의 거리를 스스로 삭제한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그러고 나면 이상한 굴욕과 수치와 허전이 가슴 속에 자리잡게 된다. 그래서 비록 ‘설득’당했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자인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차이’에 거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비록 ‘차이’로서 존재한다 할지라도, 타자에게 그 .. 2007. 11. 11. 귀환? 누군가에게 느닷없이 튕겨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갑자기 타자가, 그게 어떤 이유이든 간에 어제와는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할 때가 그렇다. 그럴 때면 당혹스러움과 함께 약간의 수치심까지 찾아온다. 무심결에 타인에게 전유시켜 놓았던 주체, 사라진 주체로서의 수치심이다. 그리고는 약간의 비참으로 입술을 곱씹으며, 산책 혹은 그 밖의 다른 방법들을 통해서 다시 주체를 재구성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노력 끝에 스스로 자신의 주체를 자신에게서 괄호 쳐 놓았음을 알게 된다. 당연히 다음에 따라오는 과정은 자신을 튕겨낸 타자에게서 괄호를 벗겨내는 것이다. 그때서야 타자가 하나의 육체로 드러나고, 그것은 충분히 무시하거나 경멸할 만한 것이 되고, 이른바 밀려난 주체의 귀환이 이루어진다. 조금 어색하지만 이런 현상들에.. 2007. 11. 11. 이전 1 ··· 10 11 12 13 14 15 16 ··· 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