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15 2018년 시와 사람 겨울호 계간평 스리랑카 인도양 해변 photo by Han yong guk 시와 사람 2018년 겨울호 계간평 부르는 일과 대답하는 일의 간절함에 대하여 내가 문득 읽던 책을 덮고너의 이름을 부를 때지상의 너와 똑같은 이름들은 무얼 할까 궁금했다 네가 왜?하고 다가와서 물을 때양들의 잠을 위해 수천 톤의 눈꺼풀을 지불하고 있거나영작 숙제로 푸른 형광등을 절절 끓이거나점심을 기다리며 펜치로 나사를 조이고 있을지상의 너와 똑같은 이름들 이름들 네가 무슨 일이야? 재차 물을 때한 개의 이름을 지상에 내려놓고수천 개의 이름 속으로 흘러들어간너와 똑같은 이름을 가졌던 사람들도 궁금했다 너는 싱겁긴 참, 하며 네 자리로 다시 돌아가고소리를 담을 고막도 없이물결같은 이름들 위에 둥둥 떠 있는앞으로 너와 같은 이름을 가질 아기들, .. 2019. 2. 15. 2018년 [모멘트] 겨울호 계간평 스리랑카 인도양 해변 호텔 수영장 photo by han yong guk 발생하는 시, 사라지는 시. 시는 언어에서 태어나서 여백으로 돌아간다. 그것을 발생의 축과 소멸의 축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모든 시들이 두 가지 모두를 완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두 방향 중 하나를 선택하여 시들은 움직인다. 발생의 축을 향해 움직이는 시는 그야말로 발생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소멸의 축을 향해 움직이는 시들은 사라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자는 사유와 이미지를 뒤섞고 쌓아가면서 시가 되려고 하고, 후자는 끊임없이 모색하고 회의하면서 시를 지우려고 한다. 그것을 발생하는 시와 사라지는 시로 명명해 볼 수 있겠다. 대기가 내 체온을 넘어서던 날집 안에 들어와 비비적대는 벌들을 파리채로 내보냈다쌩쌩 날아다.. 2019. 2. 15. 가자, 청와대로 계간 [파란] 2017년 가을호 “가자 청와대로” - 촛불이 나에게 남긴 것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나의 첫 광장은 대학이었다. 좀 더 정확하게는 예비대학이라고 해야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가방을 메고 참석했던 예비대학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거기서 학우라는 말을 처음 들었고, 학우는 동시에 동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노래에는 클래식과 대중가요만 있는 줄 알았는데, 민중가요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춤도 마찬가지였다.되는 대로 혼자 막 흔드는 게 아니라 동작을 맞추어 함께 추는 거였다. 민중가요와 해방춤을배우고, 저녁에는 술을 마시며 반미 반독재 투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선배들의 강연을 듣고 토론했다. 그렇게 2박 3일이 지나고 돌아오는 버스 안의 나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 2018. 7. 2. 박노해 계간 [파란] 2017년 봄호 박노해 대학에 입학하기 전 예비대학에서 우리가 맨 먼저 받은 교육은 사상교육이었다. 거기서 처음 전두환과 노태우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다. ‘독재타도 양키고홈’ 아지를 배웠고, 노동가요를 배웠다. 그리고 고민이 시작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은 서울의 공장으로 갔다. 한달에 18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나는 대학생이 되었다. 등록금은 93만원이었다. 선배들은 [껍데기를 벗고서], [강좌철학] 같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고민이 시작되었다. 친구들을 생각하면 나는 너무 한가했다. 어쩐지 죄의식이 들었다. 한 학기를 고민하다가 빨간건물이라고 불리던 교지편집실로 자진해서 찾아갔다. 낮이면 회의나 데모를 하고, 밤에는 사회과학 스터디를 했다. 그때 선배가 시집 한 권을 건넸다.. 2018. 7. 2. 이전 1 2 3 4 ··· 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