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15 풍경에 대한 단상 1 시를 쓰는 일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의 첫걸음 혹은 고향에서 떠나는 길의 첫걸음이라고 이성복은 그의 아포리즘에서 말하고 있다. 글쎄 고향이란 내 게 어떤 의미일까. 아마 그것은 내게 늘 풍경으로만 남을 것이다. 그 갈피 사 이사이에 사람들이 끼어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한 권의 풍경화집에 사람 들이 끼어서 들춰보게 하는 것이다. 아니다. 어쩌면 풍경들을 들추다 보면문 득 문득 누군가 나타나곤 하는 것이 아닐까. 내 생애의 첫번째 풍경, 디귿자로 된 집이 떠오른다. 가운데 정원에는 포도 넝쿨이 바둑판처럼 얽기설기 엮어져 있고, 우물 옆에는 키 큰 앵두나무가한 그루 서 있다. 그때 양아버님과 양어머님과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는 농사 를 짓고 계셨던 것 같다. 늘 저녁이면 논에서 개구리를 잡아 오시고는 했.. 2007. 11. 11. 똥에 대하여 똥에 관한 추억 하나 똥에도 추억이 있을까? 이제는 모든 화장실이 수세식화 되어 버려서 물한번에 밀려나가는 그런 세상이지만 시골, 그것도 산중의 퍼세식 화장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내게는 똥에 관해서라면 거의일가견이 있는 축에 속하는 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은 거의 일상의 한부 분이다 싶을 정도로 친숙할 정도 였으니 말이다. 하루에 적어도 한 두 번은 똥을 내려다보며 살았던 시절의 어느 겨울 이야기.. ** 산중의 화장실은 마을처럼 똥차가 와서 퍼가거나 하는 일이 없기 때 문에 아주 깊게 파여져 있기 마련이었다. 게다가 관광객들도 많이오 가고 식구들도 많은 이른바 명찰이었으니 화장실 세곳중에서 계곡으 로 나 있는 쪽은 그 깊이가 깊다못해 아득할 지경이어서 쭈그리고앉 아 힘주어 한 덩어리 싸고 나면 .. 2007. 11. 11. 위 로 위 로 그대, 사랑을 잃었구나 외롭겠구나 푸른 하늘과 구름 그리고 지나가는 자동차들, 모두들 어디론가 바쁜 거리에서 주머니 속의 동전을 만지작거리며 서성이는 마음이겠구나 가장 가까이 다가섰을 때 모든 것을 잃고마는 사랑이라는 것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 뒤에야 간절히 되살아내고 싶어지는 사랑이라는 것은, 다른 세상에 내리는 비 슬픔으로 깊어지는 우물, 살아온 날들을 기울여 던져보는 두레박 속의 얼굴 하나 그대, 몇번이나 사랑을 잃었구나 외롭겠구나 이제서야 오래 타오르기 위하여 숯이 된 가슴, 기다리는 법을 알게 되겠구나 2007. 11. 11. 홍상룡에 대하여 - 못다 핀 꽃한송이 홍상룡이라는 사람과 그 추억의 주변에 관한 -------------------------------------------------------- 아직 어린 나이에 삶은 점점 믿을 수 없는 무엇이 되어간다. 라고 첫 문장을 시작하고 나니 건방지다, 혹은 싸가지없다 라는 말이먼 저 떠오른다. 하지만 웃지 마시라 이미 오래 전 열두 살 나이에, 삶이 믿을 수 없는 무엇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었다. 그랬다 열두살 어린 나이에 나는 이미 실존주의자가 되었다. 어느 날 갑작스럽게 낯설어진 세계와 조우한. 그 해 겨울, 스님 손에 이끌려 내가 처음 그 방문을 열었을 때 그 곳에는 내 또래의 아이들이 두 세 명이 나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 보고 있었다. 그 눈빛들 사이를 머쓱히 앉아 있다가 그 아이들 곁 에 이부자리를 펴고.. 2007. 11. 11.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