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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국 시인 산문, 幻

귀환?

by 목관악기 2007. 11. 11.



  누군가에게 느닷없이 튕겨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갑자기 타자가, 그게 어떤 이유이든 간에 어제와는 전혀 다른 태도를 취할 때가 그렇다. 그럴 때면 당혹스러움과 함께 약간의 수치심까지 찾아온다. 무심결에 타인에게 전유시켜 놓았던 주체, 사라진 주체로서의 수치심이다. 그리고는 약간의 비참으로 입술을 곱씹으며, 산책 혹은 그 밖의 다른 방법들을 통해서 다시 주체를 재구성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노력 끝에 스스로 자신의 주체를 자신에게서 괄호 쳐 놓았음을 알게 된다. 당연히 다음에 따라오는 과정은 자신을 튕겨낸 타자에게서 괄호를 벗겨내는 것이다. 그때서야 타자가 하나의 육체로 드러나고, 그것은 충분히 무시하거나 경멸할 만한 것이 되고, 이른바 밀려난 주체의 귀환이 이루어진다. 조금 어색하지만 이런 현상들에 폭력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우리는 늘 폭력 속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민감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사랑의 공동농장 같은 곳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재빨리 잃어버린 혹은 본의 아니게 빼앗긴 주체를 귀환시키는 효과적이고 즐거운 방법에 대해서나 고민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04년 05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