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15 누구의 잠이었을가 웹진 공정한 시인들의 사회, 2015년 11월호 누구의 잠이었을까 한용국 꿈에 그를 만났다순결한 증오를 보여주었는데그는 병을 깨 허공을 씹었다피묻은 활자들이내 얼굴로 떨어져 내렸다 그의 손목에서 검은 이파리들이 돋아났다아니야 아니야 외치면서 뒤집혔다흰 박쥐들이 날아올라구름마다 거꾸로 매달려 울었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발목이 잘린 나무들이눈발을 걷어 올리고눈발 속으로 걸어들어갔다눈발 끝에서그의 희미한 웃음이 휘날렸다 누군가 외쳤지만나에게만 들리지 않았다목소리 속으로얼굴이 한 겹 벗겨져 나갔다하늘에는낙인을 새긴 달이 떠 있었다그의 거울 속이었는데죽은 귀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누구의 꿈인지 알 수 없었다내가 사랑했던 창문마다 얼음의 얼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주소 :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태평3동 3784-2 .. 2018. 7. 2. 둥글게 외 1편 계간 딩아돌하 2015년 가을호 둥글게 한용국 해리 할아버지들과 샐리 할머니들 사이로가을의 새 잎들이 툭툭 떨어져 내린다 햇볕이 검버섯들을 공평하게 말려주는오후 네시 좀처럼 다가서지 못하고 웅크리는 나무벤치들 둥글게 둥글게 짝 빙글빙글 돌아가며 꿈을 입구로 들어와서 입구로 나가야 하는 여기서는 아무렇게나 지껄여도 된다모두가 함부로 살지는 않았으므로 빛이 바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닥치는 일 서로 모르는 채로해리 할아버지들과 샐리 할머니들이 낄낄거릴 때마다가을의 붉은 잇몸이 합죽합죽 열리고 있다 -------------------------------------------------------------------------------------- 목격자 한용국 붉은 해의 살점 한 근빌딩 꼭대기에 매달려 있.. 2018. 7. 2. 여기서 갸르릉 외 4편 2015년 월간 현대시 9월호, 이달의 시인 특집 여기서 갸르릉 갸르릉 한용국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었는데도무지 귀를 기울일 수 없어왼쪽으로 고개 돌린 고양이 자세로나는 창밖만 바라본다잃어버린 것들의 목록을 늘어놓는데지나가는 자동차의 숫자를 세고오가는 사람들의 가방 속이 궁금해진다언제부터 여기에 자주 오게 된 것인지언제쯤 여기에 그만 오게 될 것인지불확실한 커튼의 속내를 헤집어 보며구름 위에 펼쳐진 빛의 바다를 생각한다우연이었을까 아니면 불운이었을까이야기는 꼬리를 물고 허공에 흩어지고기포 속으로 뻐끔거리며 사라지는 입술들미안하다고 말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돌돌 말리는 혀를 펴보려고 노력한다먼저 도착하고 늦게까지 기다리는 삶은불안의 옛 통증을 기억하고 있어더위를 오후 속으로 늘어뜨리지만조금 흔들려도 괜찮겠지.. 2018. 7. 2. 이사갑니다 월간 문학사상, 2015년 8월호. 이사갑니다 한용국 이 골목에 잠시 살다 갑니다사금파리들, 튿어진 꽁초들, 찢어진 비닐들멀리 와서 오래 머무르는 것들 사이다정하고 가난한 물로 흘렀습니다 올라가고 내려오는 얼굴들과ᅠ무표정으로 인사하는 예의는 지켰습니다 앞 집 담장 위에 핀 꽃이매화라고는 생각도 못하고ᅠ벛꽃이다 살구꽃이다 우긴 일도 있었습니다 비명을 지르는 아가들이 한 집 건너 있습니다엄마들은 모두 통통하거나 뚱뚱합니다남자들은 작은 차를 타고 출근하고노인들은 느닷없이 나타나 천천히 사라집니다 달그락거리는 그릇 소리 화장실 물내리는 소리훅 끼쳐오는 찌개 냄새에다른 골목으로 넘쳤던 적도 있었구요아! 반지하 창문들을 훔쳐보며응큼했던 저녁은 반성합니다 이 골목에 세들었어도서러운 마음으로 살지는 않았습니다이제 다른.. 2018. 7. 2. 이전 1 2 3 4 5 6 7 ··· 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