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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을 찾아서 8 외 1편 계간 시작 2016년 여름호 간(肝)을 찾아서 8 한용국 하늘에서 돌이숨을 참으며 울고 있습니다. 상한 위장을 쓰다듬으며잃어버린 언어를 생각합니다. 별에서 별로 건너 뛴다면사람과 사람 사이를이해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의 신발이 되기 위하여꿈의 잇몸으로 말하기 위하여 언제나 등 뒤에서물의 손으로섬뜩한 얼굴을 개키고 있는달의 웃음 나는 여기서 사람이었습니까사람의 얼굴로떠다니는 돌의어둠을 이해하려고 애썼습니까 언제쯤내가 모르는 하늘 위로들고 있던 손을 내릴 수 있을까요. 돌 속에서 날개를 펴는새를 위하여햇빛을 먹이로 삼던 시절로날려 보내기 위하여 -------------------------------------------------------------------------- 오늘도 지나갑니다 한용국 내가 배.. 2018. 7. 2.
저녁을 걷는 뿌리 외 2편 계간 파란 2016년 여름호 ------------------- 저녁을 걷는 뿌리 한용국 목 잘린 구름들이 떠다녔다비극의 형식은 무죄오늘은 권태를 요리할 차례다흘러내리는 걸 닦지 않는 이유는잃어버린 피로 때문이지 마지막 웃음은 남겨둔다가슴 속 달의 비릿한 냄새무엇을 덮어 쓰고 어두워질까무엇을 몸에 두르고꿈을 새길까누군가는 오래 뿌리를 씹고 있다 저녁의 맛은 쓰고구름은 조금씩 과장되어 있으니자유는 칼날처럼 번뜩인다왜? 하고 물어보면그래서?하고 반문하는 자세로어둠 속으로어둠이 깊이 베이고 있다 뒤집힌 몸을다시 뒤집을 수 있을까삭아서 떨어지는 밤의 얼굴들그러나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난다어두운 놀이터에서 자기 목을 조르던 시간이거품을 내며 끓어오르는 소리가 난다 몸을 조금 왼쪽으로 틀고목은 약간 기울인 자세를 .. 2018. 7. 2.
뻥이요 2016 무크에코플러스 사화집 뻥이요! 장인어른이 슬슬 달궈놓은 골목마다 개나리뻥목란뻥벚꽃은 내가 원조라고뻥뻥뻥 에라이 마누라도 뻥튀겨놓으니여섯 아이들이엄마엄마 뻥뻥뻥 내 잘못 아닐세장인 어른은 돌아앉아시치미뻥 이런 씨부럴 니미장모님 쑥떡 팔뚝질에 장인어른은어느새 하늘에 올라앉아애먼 구름만 뻥뻥뻥 산문. 장인어른은 오랫동안 뻥튀기로 생계를 유지하셨다. 지금도 장날이면 장인어른은 장모님과 함께 뻥이요!를 외치며 장사하고 계신다. 자신이 맡긴 곡식이 튀겨지길 기다리며 줄 서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주고 받는 정겨운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 사이사이 터져나오는 뻥이요! 장날 뻥튀기 좌판 앞은 늘 시끌벅적 웃음판이다. 뻥! 깜짝 놀랐는데도 기분나쁘지 않은 소리, 뻥소리 뒤로 향긋하게 퍼져나오는 냄새, 까만 봉.. 2018. 7. 2.
험프데이 외 1편 월간 현대시학 2016년 1월호 --------------------------------------------------------------- hump day 한용국 오늘골목의 바깥은물의 나라, 속삭이고낭비하는 입김들로넘쳐 흐른다 캄캄하게 박힌 잇몸들 위로환한 창문들, 아직은 다 올라온 게 아니라고불쑥 계단이 막아서지만어둠은 휘저으면단단하게 뭉쳐 올 듯먼 곳에서부터휠 만큼은 휘었다. 나지막히 노래를박자는 두 걸음에한 소절씩이면 좋겠다밤뜸드는 속도에 맞추어생선 굽는 냄새를 따라물을 밀고 올라가는 힘으로조금 넘칠 때까지만 기다리는 얼굴들이미로처럼 익어가는 골목의 안쪽은물 흐르는 소리로 가득해민망하게 웃으며내려다 보면 비틀거리며언덕을 올라오는 마음들말도 못하고실컷 젖은 뒤에도활활 타오르는 팔과 다리들 --.. 2018. 7.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