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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국 시인 시, 청동

누구의 잠이었을가

by 목관악기 2018. 7. 2.


웹진 공정한 시인들의 사회, 2015년 11월호


누구의 잠이었을까


한용국




꿈에 그를 만났다

순결한 증오를 보여주었는데

그는 병을 깨 허공을 씹었다

피묻은 활자들이

내 얼굴로 떨어져 내렸다


그의 손목에서 

검은 이파리들이 돋아났다

아니야 아니야 외치면서 뒤집혔다

흰 박쥐들이 날아올라

구름마다 거꾸로 매달려 울었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발목이 잘린 나무들이

눈발을 걷어 올리고

눈발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눈발 끝에서

그의 희미한 웃음이 휘날렸다


누군가 외쳤지만

나에게만 들리지 않았다

목소리 속으로

얼굴이 한 겹 벗겨져 나갔다

하늘에는

낙인을 새긴 달이 떠 있었다

그의 거울 속이었는데

죽은 귀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누구의 꿈인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사랑했던 창문마다 

얼음의 얼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주소 :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태평3동 3784-2 1층

이름 : 한용국

주민번호 : 710616-1812324

은행 : 03249 13 040107 신협 한용국

약력 : 2003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그의 가방에는 구름이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