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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생근, 현대성의 경험과 시적 인식 현대성의 경험과 시적인식 - 보들르레의 경우 현대성의 문제를 의식하고, 그것에 대해 미학적 질문을 던진 최초의 모더니스트로서 우리는 보들레르를 꼽을 수 있다. 그는 근대적 대도시의 매력에 이끌리기도 하였지만 자기가 살던 시대의 현대성과 관련된 위기 의식으로 어둡고 우울한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준 시인일 뿐 아니라, 현대 세계에 대한 예술적 재현의 문제를 누구보다도 날카롭게 인식한 시인이었다. 그는 사회 현실의 빠른 변화, 새로운 생활 양식, 과학과 산업의 혁명, 19세기의 현실을 구성하는 과거의 것과 새로운 것의 혼재를 파악하면서, 그 모든 현상을 과거의 낡은 형식과 표현 속에 담으려 하지 않았다. 현대 세계를 새롭게 재현하려는 욕망이 시인으로 하여금 기존의 규범과 양식을 결별하게 만든 것이다. 그것이 바.. 2007. 11. 11.
말라르메, 친애하는 베를렌씨에게 말라르메, 친애하는 베를렌 씨에게 파리. 1885년 11월 16일 월요일 만약 이 모두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면, 어느 날, 특히 어느 수요일, 해질녘쯤 해서 내 당신을 찾아가 보리다. 얘기를 나누다 보면 오늘 잘 생각이 나지 않는 자서전의 디테일들이 당신이나 내 머리에 떠오를 것이요, 오직 주인공만이 알고 있는 호적 사항이라든가, 날짜 따위 이외의 것들이. 이제 내 이야기를 하겠소. 그렇소, 나는 오늘날은 라페리에르 통로라고 부르는 파리의 거리에서 1842년 3월 18일에 태어났소. 부모 양쪽 가문은 프랑스 혁명 이후 줄곧 행정업무와 등기 업무에 종사하였소. 비록 조상들이 거의 모두 그 곳의 고위층의 자리에 있었지만, 어릴 적부터 내게도 물려 주고자 했던 이 방면의 이력을 나는 회피했다오. 나의 여러 조.. 2007. 11. 11.
김명인, 시는 마음의 길 찾는 지형도 詩는 마음의 길 찾는 지형도 그 길 다다르면 '나'를 만나리 문학이야말로 삶의 심연을 밝혀줄 구원의 길이라고 믿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열정은 신비한 것이며, 시는 미명(未明)에 그어대는 성냥불의 순간처럼 환상을 현재화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소박한 낭만주의자의 꿈길인 양 그렇게 시에 침윤되어 가는 동안 나는 행복했다. 열병으로 시를 앓던 젊은 날은 오히려 안팎으로 삶의 남루(襤樓)를 겪어내야 했던 고단한 시절이었다. 시에 기대어 사는 일로 나는 남들과 함께 위무(慰撫)받고 싶었다. 나의 시 쓰기는 애초부터 질문을 넘어서는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붐비는 가을의 허전함, 그런 것들을 꿰고/ 새 한 마리 날아간다, 질문을 넘어서(졸시, ‘새’에서)”라고 언젠가 내가 노래했던 것처럼, 거기에는 한.. 2007. 11. 11.
비평적 메모들 송기숙의 소설, 창비 가을호. 길 아래서. 소설에서의 속죄의 테마에 대해 생각해 볼 것. 이 소설의 주인공은 속죄의 삶을 사는 인간이다. 그가 죄를 저지르게 된 이유는 선의에서 비롯되지만 그 결과는 뜻하지 않은 사람들의 죽음을 불러 온다. 거기에서 비롯된 억압 혹은 죄의식은 그를 제대로 살지 못하게 만든다. 공비로 몰린 사람을 살리려다가 끝내 부대원들을 죽이고 말았다는 것, 그것이 모두 그의 탓이라는 것을 괴로워하며 방황하던 그는 결국 종교적인 속죄행위를 통해서 비로소 죄의식에서 벗어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조금 다른 의미에서 본다면, 죄의식으로 인해 그가 행한 일들이 오히려 그에게 좀 더 밝고 건강한 삶,(허드렛일을 맡아서 함으로써, 그것도 아주 잘 해냄으로써) 오히려 칭송받기까지 하는 삶을 살게.. 2007.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