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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국 시인 시, 청동

명랑처방전 외 1편

by 목관악기 2018. 7. 2.



월간 현대시 2017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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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처방전


한용국


그러니까

팔이 하나 더 자랐다는 건가요


흔적은 떼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림자를 처방해야 할테니까요


인내와 졸음 사이에서 

혹시 난간을 만나거든

죄를 뒤집어쓰고 오로지 뒤를 보세요


하나 둘 셋

이제 당신에게서

인물은 사라지고 배경만 남습니다 


다시 명랑한 하루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혀는 감추되 얼굴은 참지 마세요

보이십니까

저 나무들도 줄서서 웃고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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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에서


한용국



차를 마시는 동안

해가 하나 더 생겼다

햇살의 음계는

레와 도 사이

초록과 검정을 지나

뿌리내리는 발목


새가 물고 온 

나무가 끌고 온 

누군가 등 뒤에 매달고 온

의자들이 여기저기 박혀 있다


유리창 속으로

깊게 어두워 가는

오래 지쳐있는 

바람을 부비는 바람의 그림자


무서운 미래도 환하기만 해서

숨을 고르며 앉아 있다


오늘 오후는 해가 두개

나는 나에게 

영원히 불가능한 소년의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