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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국 시인 시, 청동

간을 찾아서 8 외 1편

by 목관악기 2018. 7. 2.

계간 시작 2016년 여름호



간(肝)을 찾아서 8


한용국





하늘에서 돌이

숨을 참으며 울고 있습니다. 


상한 위장을 쓰다듬으며

잃어버린 언어를 생각합니다. 


별에서 별로 건너 뛴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의 신발이 되기 위하여

꿈의 잇몸으로 말하기 위하여


언제나 등 뒤에서

물의 손으로

섬뜩한 얼굴을 개키고 있는

달의 웃음


나는 여기서 사람이었습니까

사람의 얼굴로

떠다니는 돌의

어둠을 이해하려고 애썼습니까


언제쯤

내가 모르는 하늘 위로

들고 있던 손을 내릴 수 있을까요. 


돌 속에서 날개를 펴는

새를 위하여

햇빛을 먹이로 삼던 시절로

날려 보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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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지나갑니다


한용국



내가 배운 말은 방언이 전부여서

얼굴 안 쪽으로 흘러내립니다. 


사랑할 수 있는 건

식물들의 호흡 뿐이었습니다. 


낭만적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무거우니까요

이렇게 나는 지나가지만

당신은 왼쪽으로 나타납니다


거기 당신 발 아래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무기들이

숨어 있지 않습니까


얼마나 다정한 얼굴들입니까

게다가 친절한 말투까지


아무도 닮지 않으려고

나는 과거를 베끼고 있습니다

견뎌야 할 것은 수치입니다만

개인적인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견디라고 말한다면

안녕히, 옆으로 두 걸음

낯선 얼굴들이

길 밖으로 차례차례 뛰어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