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시작 2016년 여름호
간(肝)을 찾아서 8
한용국
하늘에서 돌이
숨을 참으며 울고 있습니다.
상한 위장을 쓰다듬으며
잃어버린 언어를 생각합니다.
별에서 별로 건너 뛴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의 신발이 되기 위하여
꿈의 잇몸으로 말하기 위하여
언제나 등 뒤에서
물의 손으로
섬뜩한 얼굴을 개키고 있는
달의 웃음
나는 여기서 사람이었습니까
사람의 얼굴로
떠다니는 돌의
어둠을 이해하려고 애썼습니까
언제쯤
내가 모르는 하늘 위로
들고 있던 손을 내릴 수 있을까요.
돌 속에서 날개를 펴는
새를 위하여
햇빛을 먹이로 삼던 시절로
날려 보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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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지나갑니다
한용국
내가 배운 말은 방언이 전부여서
얼굴 안 쪽으로 흘러내립니다.
사랑할 수 있는 건
식물들의 호흡 뿐이었습니다.
낭만적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무거우니까요
이렇게 나는 지나가지만
당신은 왼쪽으로 나타납니다
거기 당신 발 아래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무기들이
숨어 있지 않습니까
얼마나 다정한 얼굴들입니까
게다가 친절한 말투까지
아무도 닮지 않으려고
나는 과거를 베끼고 있습니다
견뎌야 할 것은 수치입니다만
개인적인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견디라고 말한다면
안녕히, 옆으로 두 걸음
낯선 얼굴들이
길 밖으로 차례차례 뛰어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