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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국 시인 시, 청동

험프데이 외 1편

by 목관악기 2018. 7. 2.




월간 현대시학 201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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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p day


한용국



오늘

골목의 바깥은

물의 나라, 속삭이고

낭비하는 입김들로

넘쳐 흐른다 


캄캄하게 박힌 

잇몸들 위로

환한 창문들, 아직은 

다 올라온 게 아니라고

불쑥 계단이 막아서지만

어둠은 휘저으면

단단하게 뭉쳐 올 듯

먼 곳에서부터

휠 만큼은 휘었다. 


나지막히 노래를

박자는 두 걸음에

한 소절씩이면 좋겠다

밤뜸드는 속도에 맞추어

생선 굽는 냄새를 따라

물을 밀고 올라가는 힘으로

조금 넘칠 때까지만


기다리는 얼굴들이

미로처럼 익어가는 

골목의 안쪽은

물 흐르는 소리로 가득해

민망하게 웃으며

내려다 보면 


비틀거리며

언덕을 올라오는 마음들

말도 못하고

실컷 젖은 뒤에도

활활 타오르는 팔과 다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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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인사


한용국






안녕 화분들아 

너희들은 자라지만 

나는 잠시 멈출 거다


통증에 지각한 나에게는 

통증의 정서가 없다

식물에 대한 인사는 

내가 나에게 건넨 것


고인 흙에서 

꿈의 혀가 돋는다


습도는 충분하고

소금은 부족하지만

나의 증언은

언제나 거울 속에 있다


고통을 뜯으면서

웃음이 서러웠을 뿐


겨울인데

절망은 얼지 않고

사랑은

잇몸에 뿌리내린다


안녕 화분들아 

너희들은 잠들지만 

나는 몰래 울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