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현대시학 201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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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p day
한용국
오늘
골목의 바깥은
물의 나라, 속삭이고
낭비하는 입김들로
넘쳐 흐른다
캄캄하게 박힌
잇몸들 위로
환한 창문들, 아직은
다 올라온 게 아니라고
불쑥 계단이 막아서지만
어둠은 휘저으면
단단하게 뭉쳐 올 듯
먼 곳에서부터
휠 만큼은 휘었다.
나지막히 노래를
박자는 두 걸음에
한 소절씩이면 좋겠다
밤뜸드는 속도에 맞추어
생선 굽는 냄새를 따라
물을 밀고 올라가는 힘으로
조금 넘칠 때까지만
기다리는 얼굴들이
미로처럼 익어가는
골목의 안쪽은
물 흐르는 소리로 가득해
민망하게 웃으며
내려다 보면
비틀거리며
언덕을 올라오는 마음들
말도 못하고
실컷 젖은 뒤에도
활활 타오르는 팔과 다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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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인사
한용국
안녕 화분들아
너희들은 자라지만
나는 잠시 멈출 거다
통증에 지각한 나에게는
통증의 정서가 없다
식물에 대한 인사는
내가 나에게 건넨 것
고인 흙에서
꿈의 혀가 돋는다
습도는 충분하고
소금은 부족하지만
나의 증언은
언제나 거울 속에 있다
고통을 뜯으면서
웃음이 서러웠을 뿐
겨울인데
절망은 얼지 않고
사랑은
잇몸에 뿌리내린다
안녕 화분들아
너희들은 잠들지만
나는 몰래 울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