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크, 작가(한국작가회의), 2015년 상반기
바닥에 대하여
한용국
바닥을 모르는 얼굴로
곤궁이 닥쳐오고 있다
목도 없이 둥둥 떠다니며
바닥이 궁금한 얼굴이지만
달의 어제를 닮아 있다
다그쳐 오는 곤궁 앞에서
어제에 적절한 밤이 아니어서
곤궁의 안을 알지 못한다
나에게도
스며드는 힘이 있는가
곤궁을 열어젖히면
어느새 곤궁 속으로 들어가
똬리를 트는
바닥의 잠
꿈 속을 들여다 보면
바닥에 닿아버린 얼굴로
어제의 달이 떠 있고
새들의 발자국이 돋아나 있어
잃어버린 물처럼
밤은 멀어지는데
바닥에게도 속이 있는지
어제가 닥쳐오는 얼굴로
잠이 곤궁의 뿌리를 쓰다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