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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국 시인 시, 청동

바닥에 대하여

by 목관악기 2018. 7. 2.



무크, 작가(한국작가회의), 2015년 상반기 




바닥에 대하여


한용국




바닥을 모르는 얼굴로

곤궁이 닥쳐오고 있다


목도 없이 둥둥 떠다니며 

바닥이 궁금한 얼굴이지만

달의 어제를 닮아 있다

다그쳐 오는 곤궁 앞에서

어제에 적절한 밤이 아니어서

곤궁의 안을 알지 못한다


나에게도 

스며드는 힘이 있는가

곤궁을 열어젖히면

어느새 곤궁 속으로 들어가

똬리를 트는 

바닥의 잠


꿈 속을 들여다 보면

바닥에 닿아버린 얼굴로

어제의 달이 떠 있고

새들의 발자국이 돋아나 있어

잃어버린 물처럼 

밤은 멀어지는데


바닥에게도 속이 있는지

어제가 닥쳐오는 얼굴로

잠이 곤궁의 뿌리를 쓰다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