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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국 시인 시, 청동

동인들

by 목관악기 2018. 7. 2.


동인들



한용국 




밤의 유리창 밖에는 

검은 술들로 가득하고

눈동자 속에는 

종이 별의 시체로 가득 차 있었어


재가 된 얼굴을 바꿔 쓰지 않고

검어지는 잇몸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둘러 앉아서 

노래 속을 흘러가는 

물이 되고 싶었을 뿐


전광판의 숫자들과 

뿌리 뽑힌 신경들을 증오했으며

가슴 속에 울음의 벽을 가졌으며

숯이 된 나무를 씹을 줄 알았지


전염에 취약하고 

감염에 강인했지만


가슴 속에 자라는 

엄숙하고 장엄한 돌에

돌려가며 입맞추고 낄낄거렸던


새벽의 우울한 서기들, 

연금술사들, 끝내 

사람을 향하는 아침의 마음들


                                              유심, 2015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