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들
한용국
밤의 유리창 밖에는
검은 술들로 가득하고
눈동자 속에는
종이 별의 시체로 가득 차 있었어
재가 된 얼굴을 바꿔 쓰지 않고
검어지는 잇몸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둘러 앉아서
노래 속을 흘러가는
물이 되고 싶었을 뿐
전광판의 숫자들과
뿌리 뽑힌 신경들을 증오했으며
가슴 속에 울음의 벽을 가졌으며
숯이 된 나무를 씹을 줄 알았지
전염에 취약하고
감염에 강인했지만
가슴 속에 자라는
엄숙하고 장엄한 돌에
돌려가며 입맞추고 낄낄거렸던
새벽의 우울한 서기들,
연금술사들, 끝내
사람을 향하는 아침의 마음들
유심, 2015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