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안, 내소사행, 용산역, 21시 25분 발차, 역방향 좌석
: 오규원 시집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
: 쓰여지지 않는 텍스트
: 여백을 갉아먹고 사는 벌레들
: 손끝에서 꼬물거리는 이질감 그러나 친밀감 : ::::김제로 가는 열차와 하이트와 통에 같힌 오징어와
거울에 가득찬 허공과
: 속도가 속도를 반성하지 못한다는 것을 케이티엑스는 극명하게 보여준다.
:역방향 좌석
: 지난 십년 동안 나는 역방향으로 퇴행/전진해 왔다.
: 목적지에 도달한 뒤에도 끝내 자신이 온 방향만을 바라보면서
고집스럽게 앉아 있는 사내
: 반성이
반성을
반성하지 못하는 것처럼
: 아임 낟 고잉 애니웨어와
아이 윌 고잉 에니웨어 사이에
밤열차는 있다. 무중력의 어둠 속을
유영하면서 애니웨이 에니웨어
:
그러자 열차는 김제에서 멈추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 8.14일 아리랑 여인숙, 10:30 pm
: 반전은 없다
: 서울의 인력은 냉혹하다
: 아침에 깨어나 조금씩
: 문장과 나를 분리시킨다.
: 반전은 여백 속에 있다
: 이곳 김제에는 술집이 없다
: 이곳 김제에는 해장국집만 많다
: 오비 맥주와 통에 갇힌 오징어
: 나는 마요네즈 소스처럼 어쩔 줄 모르지
; 아리랑 여관, 아, 내일은 광복절
서울의 인력에서 벗어나고 싶다
무중력을 내 안에 들여놓고 가야 할 것이다
내소사는 두시간쯤의 거리로 다가와 있는데
: 김제에서 줄포(부안을 지나)
: 곡창은 광활하다
: 구름들은 모두 굽어보는 마음의 형상을 하고 있다.
: 잘 놀라지 않는 마음을 얻어가고 싶다
: 소읍의 정오, 한 낮의 적요
: 나는 무료해하는 눈의 흰자위 속을 걸어가고 있다
: 매미들은 죽어라 제 몸에 날개를 부딪힌다
: 비논리적으로 아니 초논리적으로
: 묘령의 여인에게서 걸려온 무중력의 전화
: 어떤 설레임이나 기대에 관련된 객창감
: 그러나 내소사는 멀지 않은 곳에 있다.
: 내소사
낡은 단청의 흔적
연꽃 모양의 문살 무늬들
인화된다
대웅전에서 삼배
마음의 주인이 되라
홀로 있다. 구원은 내 안에서 비롯된다
스스로를 구원하라
부레옥잠이 피어 있었다. 한 송이의 꽃
: 청년암
노스님은 작은 불상을 닮았다.
習이란 본래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이 끊어진 자리에 더 무엇이 있을 것인가
청련암 가는 길 위에는 길만 있을 뿐
청련암은 없다. 여러 다른 소리로 우는 물 것들, 산 것들
먼 갯벌과 환히 트인 하늘과 그림 같은 논과 밭
모두 맑은 연꽃의 눈동자 속에 있다
: 전어구이: 나란히 접시에 누워있는 전어 일곱마리
: 몸은 죽어 여기에 있으나
푸른 눈은 여전히 바다 속을 유영하는
: 다시 부안 터미널, 여섯시 육십일분, 강남으로 간다
: 무대를 만들어야 겠다
: 한 평의 촛불 빛만큼이라도 좋다
: 낡은 벤치 위 같은 생일지라도
: 스스로 發光하라
: 염전을 지날 때 애인은 문자를 보내왔었지
: 영 : 혼 : 을 : 절 : 여 : 서 :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