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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시편 9 부재시편 9 우리가 서로 내밀었던 손바닥 위를 오늘은 어린 잠자리들이 날고 있다 저, 가냘픈 빛의 투망질 남아 있는 사람에게 삶이란 끓어오르는 모래같다 그대가 지금 걷고 있을 달의 뒷면, 그 실크로드 사막의 나비들은 어디서 날개짓을 멈추는 것일까 나는 다만 궁륭의 세월을 기억할 뿐이다 햋빛에 눈이 멀어 잠자리의 눈을 빌려 추억을 사방팔방으로 들여다 보면 그대의 부재가 가늘고 푸른 실들로 허공에 걸어놓은 모빌들처럼 푸른 하늘엔 어디선가 잠자리 떼 그 여름, 푸르던 하늘에는 잠자리 떼 2007. 11. 11.
부재시편 8 은결 - 부재시편 8 물 속 깊은 곳에서는 누군가 폭죽이라도 쏘아 올리는지 하지만 너는 햇빛을 모르고 눈에서는 연못 속으로 풍덩 풍덩 뛰어드는 물고기들 가장자리 흙더미를 조금씩 허물어 내는 물결 따라 빙빙 도는 마음아 은결, 나는 이렇게 해 지는 것도 모르고 2007. 11. 11.
부재시편 7 그 여자의 하나님 부재시편 7 그여자의 하나님은 문득 어깨 너머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는 에라이 하기도 하고 아 씨팔! 하면서 신경질을 내기도 한다 속만 지지리도 썩히다가 어느날 불길한 예감도 없이 드잡이 질도 없이 훌쩍 떠나버리더니 이 제는 일요일이면 그 여자의 손을 잡고 성당에도 다니고 멀리 물건 띠러 같이 다녀주기 도 한다 그대로 걸음은 팔자로 여전히 건들거리고 아! 그새 끼! 하면서 호박씨 까는 버릇 여전해 그 여자는 가끔 킥킥거 리고 웃는다 정치야 아무래도 좋고 먼 나라 전쟁도 아무래 도 좋고 다만 그 여자의 하나님이 왼편에 새로 만들어 놓은 역사에 기대어 기우뚱 기우뚱 문구점으로 걸어가는 그 뒷길 만은 투명한 소주 한 잔에도 환히 밝아오는 그 여자의 생이 다. 03/20 03:04 2007. 11. 11.
부재시편 6 가을 부재시편 6 그때 장엄하던 구름의 행렬이 창밖이었던가 어디서든 술과 과일은 끝없이 배달되었고 성욕은 알맞은 거리에서 자동 삭제되었으니 자주 불어터지던 사발면 위로 곰팡이보다 먼저 복사꽃 피어오르던 수천번의 엔터로도 열리지 않았을 우리들의 신전 저마다 슬픔의 칼을 들고 서로의 발바닥에 그림자 문양을 새기며 무엇이든 숭배하였고 그만큼의 힘으로 무엇이든 저주하였으므로 금단의 열매를 천정 높은 곳에 달아두고 누워서 빈둥거리며 뒹굴거렸던 등짝을 휘갈기며 찬란하게 웃어제꼇던 그때, 아무도 멸종을 두려워 하지않았던 가을이었다. 2007.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