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25일 월요일 - 정읍으로 가는 열차
강의의 시작, 그리고 정오의 무더위, 그리고 떠남
목록 : 기형도 시집 - 입 속의 검은 잎
이성복 시집 - 아, 입이 없는 것들
허만하 시집 - 물은 목마름 쪽으로 흐른다.
김광석 추모 씨디 1-4
유재하 추모 씨디
씨디 플레이어, 그리고 작은 한권의 노트와 경비
; 이 목록은 여행의 목록인가,
아니면 삶의 목록인가, 아니면 죽음의 목록인가.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있어요.....눈물처럼 동백꽃...
; 11시 사십분 서울을 출발하여 무궁화호는 정읍을 향하다
; 자정, 담배 연기 속에서 열차는 속력을 올리고, 막 서울의 불빛들을
두꺼운 책의 목차의 한가운데를 통과했다. 그리고 서서히 섭씨의 시간
속으로 들어서고 있는 중이다.
화씨와 섭씨 사이의 경계에서
전신주처럼 저는 살아왔지요.
; 혼자 떠나겠다던 그는 혼자 떠났고, 남아 있겠다던 그녀+는 남아 있다
지금 떠나는 것은 그+와 그녀,
; 모든 분열을 인정하겠다. 너그러워지겠다. 그런데 왜 김광석의 노래들은
이토록 애절한가. 선율마다 달라붙은 나비떼의 꿈. 이 여행을 부추킨것은
내 귓 속의 나비떼였다.
어떤 나비는 허공에서 뒤뚱거리곤 해요
마치 바람에 날리는 비닐봉지처럼 말이지요
; 나는 '말'을 사랑했던가(즐겼던가, 추구했던가) 혹은 '시'를 사랑했던가
(추구했던가, 즐겼던가) 혹은 '마음'을 추구했던가(사랑했던가, 즐겼던가)
무의식적으로 쓴 이 문장들에서 '즐겼던가'라는 단어는 끝내 괄혹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제가 그 나비에 쳐놓은 괄호를 보셨어요?
; 컨벤션: 그녀가 스타니슬랍스키를 읽을 때, 나는 시집을 읽는다
그녀가 시집을 읽을 때 나는 스타니슬랍스키를 읽는다
여자는 기형도의 시 조치원을 읊조린다.
하지만 이 열차의 좌석들은 냉정하게 한 방향으로만 늘어서 있다.
내게도 그 괄호같은 겨울 외투가 있을까? 찾아봐!
배우의 잠재의식의 현현을 위한 생활에 그어진 밑줄같은 거!
;
꺼진 티브이 화면같은 차창, 그러나 서울이 아닌 곳에서 어
둠은 어디로든 열려 있다, 내가 유일하게 알고 있는 것, 유
년의 체험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 아니 저주!
; 열차의 난간에 잠시 서 있을 때, 열차, 심하게 좌우로 흔들린다.
철로의 기억에도 옹골진 옹이같은 것이 있는 것이다. 모든
옹이는 살아 있다. 어둠 속으로 휙 스치는 흰 종이 하나, 어이
거기 누구야?
삶을 부담스러워 할 때 내 정신은 졸기 시작할 것이다.
그 순간적인 졸음이 전 생애일 수도 있다. 이제 졸려
아까 먹은 것이 위에 부담스러웠었나봐, 나 잘거야.
외투를 찾아줘, 날아갈거야.
暗電, 暗戰 - ;;;;;;;;;;;;;;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