궐문 안에는 술과 고기가 썩어 나는데
길에는 얼어 죽은 시체가 나뒹구네
영화와 가난의 지척이 이리 다르니
슬프다, 더 이상 말을 잇기 어렵구나
- 두보, 장안에서 봉선현으로 가며 느낀
감회 오백자 중에서
말이 이어지지 않는 지점은 어디일까, 모든 시에서
말이 끝나는 자리는, 결국 상처와 고통을 뿌리로삼
는 것이 시라면, 그 자리는 어딜까. 나는 그 동안모
든 시를 잘못 읽었던 것이 아닐까. 시로 인해 고통
이 드러나는 자리를 읽었을 뿐, 고통이 숨겨지는,
아니 스스로 숨어드는 자리를 읽지 못했다는 생각,
문득 후배의 말이 생각난다. 형은 형이 왜 시를 쓰
는지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문득 얼마전에 등
단한 시인과의 합평회에서의 말도 생각난다. 자기
고통이 뭔지를 모르는 거야. 그렇다면 내가 삶을
고통스러워하는 경계는 어디일까. 아니 그 후배의
말대로 나는 가짜다. 삶이 고통스럽지 않은지도모
른다. 아아. 즐거워라 너무 즐거워라.
020421 시립도서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