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강의 준비 중이다. 낮에는 도서관에 다녀왔지. 어제는 과음, 요즘은
술자리마다 꼭 폭탄주를 마시게 되곤 한다. 이름 탓일까. 술버릇 도
폭탄처럼 되어가고 있다. 술마시는 중에 누군가 조금만 자극해도신
경질이나 화를 내곤 하지.
지라르의 욕망 이론을 읽고 있다. 모방욕망과 폭력의 구조를 정리해
서 내일 아침 수업을 해야한다. 일차 문헌은 샀지만, 우선 이차 문헌
을 보고 있는데, 역시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아니 이해는 가는데설
명하기가 곤란할 것 같다. 더구나 권택영씨의 설명에는 라깡의 욕망
이론이 자주 섞여 들어가 있어서 쉽게 정리가 되지 않는다.
모방욕망, 무차별현상, 신화의 발생근거, 희생양, 등등을 읽어 대고
있는데, 그 중 매저키즘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다. 타자의 승리는 내
승리이므로 나도 그것을 원한다. 그 승리의 가장 확실한 증거는 내
자신의 패배 뿐이다. 라는 것. 글쎄 그렇다면 타자를 세계로 바꾸어
놓으면 나는, 매저키스트적인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일까. 사실 나는
언제나 승리보다는 패배를 즐겨왔으므로. 감상적인 것, 우울, 다 잃
어버린 사람의 공허한 눈동자를 연기하는 것 등등
나의 나다움, 모방되지 않은 욕망,은 어떤 것일까. 지라르는 열정이라
고 말하고 있지만, 내게 열정이 있을까 요즘은 문득, 순수한 집중, 열
정 이런 것들이 내게 있었던 시절이 그립다. 아직 그런 것이 남아 있
을까. 아주 겨자씨만한 믿음은, 아직 살아 있으니까 분명히 가슴 어딘
가에 잊혀진 채 있으리라는 것. 뿐이다.
욕망의 대상이 허구라는 것을 알게될 때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지라르는 말하고 있다. 내가 잘 쓰고 싶어하는 詩,도 허구일까. 문득
모든 正傳들은 허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전이라고 생각 했
던 시들을 버려야 어쩌면 나도 시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득 용제
형 말이 생각난다. 등단은 중요한 게 아니다. 어떤 시를 쓰느냐가 중
요한거야. 좀 전의 말은 그러므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나도 시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밤새야 할 것 같다. 어제의 과음으로 인한 산만스러움 때문
일 것이다. 술을 줄이기로 한다. 잘 되지 않고 있긴 하지만. 최대한술
자리를 피할 것. 폭음과 폭언과 흥분, 어쩌면 그게 나다운 것일까. 이
런 이건 정말 유치한 소리였다. 월,수,금 요일 삼일 동안은 직장엘 나
가지 않게 되어 조금 한가해져서 좋다. 아마 낮에는 도서관의 서가에
틀어 박히고, 밤에는 데이트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할 수 있을 것이
다.
잘 자렴, 나는 음악을 틀고, 커피 한 잔 하기로 했다
용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