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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시편, 성내역

부재시편 6

by 목관악기 2007. 11. 11.
 
가을  
                       부재시편 6  
 

그때 장엄하던 구름의 행렬이 창밖이었던가  
  
어디서든 술과 과일은 끝없이 배달되었고  
성욕은 알맞은 거리에서 자동 삭제되었으니  
자주 불어터지던 사발면 위로  
곰팡이보다 먼저 복사꽃 피어오르던  
수천번의 엔터로도 열리지 않았을  
우리들의 신전  
저마다 슬픔의 칼을 들고  
서로의 발바닥에 그림자 문양을 새기며  
무엇이든 숭배하였고 그만큼의 힘으로  
무엇이든 저주하였으므로  
금단의 열매를 천정 높은 곳에 달아두고  
누워서 빈둥거리며 뒹굴거렸던  
등짝을 휘갈기며 찬란하게 웃어제꼇던  
 
그때, 아무도 멸종을 두려워 하지않았던 가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