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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시편, 성내역

부재시편 3

by 목관악기 2007. 11. 11.


우리들의 식민지

                    부재시편 3


안개가 사망신고서에 등재되자
시나브로 시나브로 가을이었다
불꽃놀이의 기억을 휘두르기도 했지만
대체로 쓸쓸하다는 말이 실감났고
깨진 병을 들어 추억을 휘둘렀지만
아무도 뒤돌아보지 않고 묵묵하였다
일종전염병은 만성두통
만병통치약은 게보린 중얼거려보면
머릿 속 꽈리혹에 등불을 켜고
서로의 깊이를 가늠하던 날들이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가고
저마다의 얼굴크기만큼 하늘을 덮는
굿모닝, 이제 흐린 날씨의 얼굴로
등 뒤의 구름을 바라보며 악수하는 날들이
종량제 쓰레기더미 뒷켠에 쌓여갈 것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악물고
습관적으로 엔터를 치며
안개의 공습을 피해 달아나고
몇몇은 건망증을 부끄러워하며
밤마다 자판을 두들겨 대겠지만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살 부벼대던
안개의 죽음을 보아버린 사람들
걸음으로 가늠할 만큼의 영토를 지키면서
속수무책으로 가을을
무이자 평생 할부에 들여놓고
온 몸으로
안개를 피워 올리는 새벽을 살아갈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