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내역
성내, 지나간 날들이
한 사람을 잃어버려도
괜찮겠는가 끝내
잊지 못하고 살아가도
용서하겠는가
어디서든 노래는 끝나지 않겠지만
저무는 강 건너올 때
문에 기대어 서 있기만 해도
어느새 온 몸 흠씬 젖어 있는
그런 것을
슬픔이라고 불러도 되겠는가
환절기도 없이
가슴에서 등뒤로 환한 눈길
끝내 함께 갈 수 없었던
그대 영원히 돌아서지 못할
봄이 와서 온 몸에
복사꽃 흐드러지게 문신처럼 돋아나도
햇살은,
지나온 강물마다 눈부신 길을 내 고
이제
삶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아지는 데
어디서든 노래는 끝나지 않겠지만
나는 영원히 살지 못한다
성내, 홀로 남아
그리움 가득한 날들을
조금 들어올려 보이는 것
여기서는 잠시 허락하겠는가
- 그가 다른 세상으로 그야말로 느닷없이 떠나간지도 한 달쯤
되었을까요, 서울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면, 이상하게 성
내역쯤에서는 담배가 피우고 싶어져서, 꼭 내려서는 담배를
피우면서 쉬어가곤 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성내역에서 서성거리다
문득 알게되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가쁜 호흡으로
마지막으로 누워있던 자리가, 중앙병원이었고, 나는 그 역에
서 내려 그가 누워있던 병원으로 걸어갔었다는 것을요. 거기
서 상도 치렀지요..그날부터 성내역이 쓰여지기 시작했습니
다. 시와 그리움의 경계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