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황당해서 쓴다. 살다가 술주정 술주정 하지만 이런 술주정은
처음 봐서 쓴다. 주사라는 게, 말다툼, 싸움, 혹은 원숭이쑈 등등이
웬만하면 주사아닌가. 물론 내가 겪은 이 일도 주사에 속하지만 그
내용이 너무 황당하다는 거다.
한 일주일 전이었다. 상사와 소주를 한 잔 하다가 급해서, 옆에 있
는 나이트 건물의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에 앉아서 애인에게 전화
를 하고 있는 참이었는데, 밖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났다. 하여, 나
도 내가 있다는 표시의 노크를 해 주었는데, 또 두들기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또 두들겼다. 아니 그런데, 또 두들기는 것이다. 그래서
안에 사람 있어요,를 외쳤더니, 글쎄, 그 놈이 두들기면서 말하기를
지금 당신이 전화하는 그 여자가
박경림 맞지?
이러는거다. 어이가 없어서 무슨 소리냐고, 박경림 아니라고 외쳤다
그렇게 분명히 아니라고 했는데도, 계속 밖에서 그러는거다.
분명히 박경림 맞잖아!
아흐 미친 새끼! 그래서 나도 외쳤다.
박경림 아니야. 꺼져!
허거덩, 그랬더니 갑자기 쾅 소리가 나면서 문이 활짝 열렸다. 미친눔이
발로 문을 차버린거다. 문 열쇠가 튿어져 나갈 정도였으니, 나는 똥싸다
말고, 바지 올릴 생각도 못하고 어이가 없어서 쳐다보고 있었는데, 계속
이 미친눔은
그 여자가 박경림이야 김경림이야 엉!
하고 눈을 부라리고 대드는거다. 나는 바지춤을 올리면서, 아니야, 당신
미쳤어. 하고 녀석의 얼굴을 보니, 술에 취했는지 마약에 취했는지 완전
히 눈이 맛이 가 있다. 게다가 나를 치려고까지 대드는 통에, 그냥 받아
버려! 하는 생각을 하다가, 에고, 이런 새끼 쳐봐야 나만 손해지. 하고는
박경림 아니야 응! 저리 가라! 응! 그래도 계속 박경림이냐 김경림이냐를
외쳐대는 거다. 그래서, 확 밀쳐 버리고 나오면서
별 미친 또라이 새끼가 다 있네,
하고 나왔는데, 이 미친눔이 이걸 또 듣고 말았다. 마구 달려나와서는 나
를 밀치는 것이다. 그때는 드디어 나도 꼭지가 돌아서, 이 새끼가, 하고
달려들래다가, 에라이, 참고 말자, 그리고는 돌아서서 뛰었다. 마침 앞에
경비아저씨가 있길래, 아저씨 저거 미친 놈이예요, 하고는 술 마시던 집
으로 돌아왔다. 나 참. 내가 그 때 술이 조금만 더 취했어도, 함께 시비가
붙었을 것이고, 음! 다음은 어찌 되었을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차라
리 내가 피한 게 잘 됐구나 싶다. 아흐, 미친 눔. 박경림 스토컨가 보다.
더 열받는 거, 어디 감히 우리 애인을 박경림이라고 미리 규정하는 오류
를 저지르다니! 아흐 콱! 얌마! 박경림이 천번을 성형해도 내 앤 얼굴 안
나온다 짜샤! 혹시 모른다. 지금도 그눔은 그 화장실을 헤메면서 전화하
는 사람에게,
너 지금 박경림과 통화하는 거지?
를 외치고 있을지도. 멀쩡하게 생겼든데, 인생 참 안됐다, 안됐어
이얘기 올린 김에 다음에 술이야기나 함 써봐야겠다. 술, 술, 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