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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국 시인 평론, 書架

김경욱, 작가의 편지 중에서

by 목관악기 2007. 11. 11.


     
  이렇게 해명해 보는 건 어떨까요. 문학은 삶의 일부고 삶은 문학의 일부다라고 말입니다. 삶이 고스란히 문학이 되고 문학이 곧바로 삶으로 환원되는 글쓰기는 고백이 되기 십상입니다. 고백의 경우 무엇을 쓸 것인가. 라는 질문은 무의미합니다. 그 무엇이 이미 정해진 까닭입니다. 다만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하면 됩니다. 하지만 문학적 순교에 값하는 삶이 뒷받침되지 못한 고백은 스타일에 불과합니다. 반면 ‘고백’이라는 매력적이고 유력한 소설적 장치를 포기할 경우 당장, 무엇을 쓸 것인가의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세계를 내면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세계에 내던져야 하는 것입니다. 만일 내면이 세계에 투항해 버린다면 ‘묘사’만 남게 되겠지요. 요즘 부쩍 무엇을 쓸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저는 그러니 ‘고백’과 ‘묘사’의 경계에서 서성이고 있는 셈입니다. 내면으로써 세계를 추궁하고 세계로써 내면을 충격한다면 그 경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만 그 결과는 섣불리 짐작할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제 삶의 기미가 변하고 있으니 글도 예전 같지 않으리라는 것입니다.


                                  김경욱, 작가의 편지 중에서, 문학과 사회 04년 봄호